월출산단풍
11월 말에 다녀온 월출산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올리려하니
그때의 그 감동이 다시 되살아난다.
월출산의 구름다리는 다른 산과 구별되는 특별한 풍경이다.
그래서 멋진 단풍구경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산을 오르면서 나의 눈은 점점 동그레지고 침전된 감성까지 끌어내었으니
그것은 한폭의 화려한 수채화였다.
떨어져있는 아직 아름다운 빛을 고이 간직한 낙엽을 주워 머리에 꽂아보기도하고
월출산을 향할 때부터 생각나던
월출봉에 달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리는 마음'을 하염없이 불러 본다.
월출봉이 월출산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그 노래가 절로 나온다.
조병화 시인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내내 산에 오르면서 이 시를 되뇌어 보는 것 또한 혼자만의 즐거움이다.
디카 밧데리가 없어서 폰에 담았더니 화질이 그다지 좋지않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곁에서 본 단풍의 오묘하고 화려한 색채에서 마음은 이미 춤추고 있다.
월출산 입구의 절 옆으로 난 오솔길에는 나도밤나무가 있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하면서 큰 소리로 나무랑 얘기 나누다가
계속 오솔길을 따라 폭포까지 가고 싶다고
울적한 기분까지 날아가도록 크게 소리도 쳐 본다.
월출산 입구에 있는 하천옆 작은 갈대밭을 내려다보며
흔들리는 갈대를 위로하듯 홀로 빨간빛을 뽐내는 단풍이 있다.
으시대는 것도 좋지만 단풍 홀로 너무 외로워 보여 안쓰럽기도 하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도 단풍의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노란 은행이 단풍사이에서 그 멋을 더하고 있다.
절 담장에 기어 오르는 담쟁이 마저 전염되었는지 단풍빛으로 채색하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는 빨간 담쟁이 넝굴을 잘라 이쁘다고 책갈피 속에 넣어두고 꺼내어 보곤 했다.
낙엽들이 바위아래 옹기종기 모여들고 물줄기가 졸졸 흐른다.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물줄기에 손을 대어보다 차가워 얼른 뿌리친다.
참 여러가지 한다고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