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천에 활짝 피어있는 접시꽃이다.
6월이 되면 기다려지는데 이꽃을 보면 '접시꽃 당신'이라고 소리친다.
도종환 시인의 실천시이기도 하고
영화 '접시꽃 당신'을 보고 슬퍼 많이 울었던 탓일게다.
접시꽃은 군락으로 어우러질 때 참 아름답다.
접시꽃하면 슬픔이 연상되어 비에 젖은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포기하고
전에 담아두었던 접시꽃들을 바라본다.
꽃잎 속을 들여다보니 종류가 다양하다.
마치 옛날 베개커버 무늬와 비슷한 느낌이다.
접시꽃 당신
/ 도종환 /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 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 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접시꽃/참고/daum사전/
학명[Althaea rosea]:쌍떡잎식물 아욱목 아욱과의 두해살이풀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멋진 꽃 때문에 널리 재배되고 있다. 1년생·2년생·다년생의 여러 변종들이 있다. 줄기는 키가 1.5~2.7m까지 자라며, 잎은 5~7갈래로 갈라져 있다. 꽃은 보통 흰색·분홍색·붉은색 또는 노란색인데 지름이 7.5㎝ 또는 그보다 크며 줄기의 윗부분을 따라 달린다. 수술은 서로 합쳐져서 암술을 둘러싸고 암술머리는 여러 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편평한 원형으로 심피가 수레바퀴처럼 돌려붙으며 9월에 익는다. 관상용이며 잎·줄기·뿌리 등을 약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