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일요일 오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새로 구입한 카메라 구경을 했다.
멋진 카메라 만져보니 참 부럽다.
점심턱 맛있게 먹고 모처럼 신난 기분을 삭힐 수 없어 함께 범어사에 간다.
차가 많이 막혀 겨우 범어사 입구에 도착했지만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우산쓰고 셔트를 눌러대지만 자꾸 어두워지니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친구는 어디에서 무얼 담고 있는지....
낙엽을 밟으며 혼자 오솔길을 걷는다.
환하게 불이켜진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키도 눌러 본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의 보금자리가 보인다.
둥지속엔 몇 마리나 재재거리고 있을까?
애처롭게도 비를 맞는 나목아래 촉촉이 젖은 낙엽이 쌓여 가득하다.
희안하게도 바위에 아직 초록 이끼가 붙어 자라고 있다.
사방이 물들인듯한 갈색빛에 처연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먼 산을 바라보니 가는 눈발이 조금 날리다 말았지만
하얀 안개인지 설화인지
아름다운 풍경에 금방 해죽거린다.
길가에 줄줄이 걸려있는 새해맞이등에 불이 켜진다.
어둠이 내린 길에 오색등을 환히 밝히니 환상적이다.
모처럼 비오는 날 환하게 밝힌 등 사이로 호젓하게 산책하며
차분해진 마음엔 따뜻한 보슬비가 내린다.
친구의 새 카메라에 담긴 범어사가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