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산책로에서 한참을 걸어도
초록은 이미 숨어버렸고
삭막한 산자락을 바라보면 참 허전하다.
갯바위에 덩그러니 갈대 몇 대가 모여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움도 모진 바람에 잊은 듯
그저 해질녘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휘휘 부는 바람에 살랑살랑거린다.
갈대들의 유희에 박자맞추듯
자갈마당에선 하얀 폭죽을 터트린다.
내 마음도 함께 하얗게 터트리며 신이 났다.
돌아오는 나에게 이기대는
멋진 광안리의 야경까지 선물했으니
그날 참 행복했다.